어제는 누나 집에 다녀왔다.
토요일이라 놀러 오라고 해서
저녁에 매형이랑 한잔하고,
초등학생쯤 되는 조카들이랑 계속 놀아주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조카들은 계속 놀아달라고 하고
매형이랑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어폰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듣고 있으니
주말이 그냥 녹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하루 반이나 되는 시간이었는데
돌아보면 순식간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날이 많아지는 것 같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하는데,
가끔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가도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빨라진 게 아니라
기억할 일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에는 하루가 꽤 길었다.
강의가 끝나면 친구들이랑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아 별 이유 없이 오래 앉아 있고,
밤이 되면 학교 근처를 괜히 한 바퀴 돌기도 했다.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그 시절의 기억은 또렷하다.
아마 매일
뭔가 처음 해보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가보는 장소,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
그런 날들은
자연스럽게 기억이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의 모양이 점점 비슷해진다.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하루들.
나쁜 하루는 아닌데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런 날들만 조용히 쌓이다 보면
1년이 지나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올해 뭘 했지.”
시간이 흐르면
삶의 궤적도 조금씩 달라진다.
이직을 준비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각자 삶의 중심이 바뀌면
매일같이 모이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자주 못 보는 사이가 된다.
누군가는 일이 바빠지고
누군가는 다른 도시에 있고
누군가는 가족이 생긴다.
모두의 시간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같이 보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자주 듣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 계절의 공기까지 같이 떠오르는 것처럼.
함께한 시간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삶에 남는 건
시간이 아니라 기억이고,
그 기억 안에는
대부분 사람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사람을 만나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기보다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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