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모아타운 안에서 선거를 본다

sglee6484 2026. 4. 22. 10:28

 

6월이면 서울시장 선거다.

 

오세훈과 정원오의 양자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고,

이재명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쪽이 정원오인 이상

현재까지의 흐름으로는 정원오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아직 시간이 있고 판세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모아타운 안에 들어와 있는 입장에서는 이 구도 자체가 이미 계산할 거리가 된다.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가져가면 공급 절벽이 더 길어질 거라는 우려가 많다.

공약을 뒤집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도심 재정비 속도가 느려질 거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

 

다만 서울의 공급 부족이 워낙 구조적이라서,

기조가 달라져도 모아타운 같은 소규모 정비까지 완전히 놓지는 못할 거라는 기대도 동시에 있다.

 

두 후보의 방향은 꽤 분명하게 갈린다.

오세훈의 신통기획은 큰 단위로 묶어서 속도를 내는 방식이다.

블록 단위로 정비구역을 넓게 잡고 공공이 계획을 주도해서 인허가 병목을 빠르게 뚫는 쪽에 가깝다.

 

반면 정원오의 착착개발은 5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에 힘을 싣는 포지션이다.

대규모 재개발이 물리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구역을 모아타운 형식으로 현실적으로 굴려보겠다는 접근이다.

 

내 집은 신통기획 대상지가 아니다.

승인받은 계획상 총 418세대 규모의 모아타운이고,

조합원 199세대, 공공임대 88세대, 일반분양 131세대로 구성돼 있다.

공공임대 비율은 21% 수준.

규모만 보면 신통기획보다 착착개발 쪽 철학에 딱 맞는 위치다.

 

그래서 두 시나리오를 놓고 보면 계산이 엇갈린다.

 

오세훈이 당선되는 경우,

신통기획이 계속 중심에 서면서 우리 같은 소규모 모아타운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승인까지 난 사업이 엎어질 일은 없고,

공공임대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식의 추가 조건이 붙을 가능성도 낮다.

속도는 느려져도 계획은 계획대로 간다.

쉽게 말하면 "뒷순위지만 안정적"인 그림이다.

 

정원오가 당선되는 경우는 반대 방향이다.

소규모 정비에 힘이 실리는 방향이니 모아타운 전체에 속도가 붙을 여지가 있다.

신통기획 대상지보다 착착개발과 결이 맞는 우리 쪽이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앞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그 '밀어주기'가 공공성 강화와 세트로 들어오는 경우다.

공공임대 비율을 30%까지 요구받으면 88세대였던 공공임대가 124세대로 늘어난다.

총 세대수 418이 고정이라면 일반분양은 131세대에서 95세대 수준으로 줄어든다.

36세대가 그대로 날아가는 셈이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문제라기보다 조합 전체의 수익이 깎이는 문제다.

모아타운이든 재개발이든 조합원이 혜택을 보는 구조는

기본적으로 일반분양으로 들어오는 수익이 조합 몫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일반분양 36세대가 빠지면 그만큼 조합으로 돌아오는 돈이 줄고,

비례율이 내려가고, 결과적으로 조합원 입장에서 손에 남는 게 얇아진다.

세대당 분양가 10억 기준으로 따지면 1억 8천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걸 "더 내야 한다"로 쓰든 "덜 받는다"로 쓰든 실질은 비슷하다.

 

변수는 용적률이다.

공공임대 비율을 올리는 대신 용적률을 완화해서 총 세대수를 늘려주면 일반분양을 방어할 수 있다.

418이 500 가까이로 늘어나면 공공임대 비율이 올라도

일반분양 절대 숫자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정원오 시나리오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공공임대 몇 퍼센트를 요구하느냐'가 아니라 '그 요구에 용적률이라는 레버리지가 같이 들어오느냐'다.

둘이 세트로 움직이면 부담이 상쇄되고,

공공임대만 먼저 밀고 들어오면 조합원 혜택이 그대로 깎인다.

 

여기에 공약 이행의 불확실성이 겹친다.

선거 전의 톤과 당선 후의 톤이 같았던 적은 드물다.

창신·숭인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 시간을 쓰고 나서 체감은 제한적이었던 대표적인 구역이다.

이번에도 '소규모 정비에 힘을 싣는다'는 말이 구체적인 속도와 용적률 패키지로 이어질지,

아니면 선거용 문구로 수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리하면 지금 내 위치에서 선거는 두 개의 시나리오다.

오세훈은 속도는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계획이 흔들리지 않고 공공임대 비율이 올라갈 일도 적다.

정원오는 속도와 우선순위에서는 유리하지만,

공공성 카드가 어떻게 들어오느냐에 따라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용적률이 같이 움직여주면 결과적으로 더 나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고,

용적률 없이 공공임대만 늘어나면 일반분양이 깎이면서 조합원 혜택도 같이 줄어든다.

 

그래서 요즘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느냐보다,

제도가 어떤 식으로 밀고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

 

가격은 결국 제도가 만든 속도와 비용 위에서 결정된다.

선거는 그 속도와 비용을 동시에 건드리는 변수고,

6월 이후에 확인해야 할 건 '누가 이겼냐'가 아니라 '공약이 어떤 비율과 어떤 패키지로 실행되느냐'다.

 

안정을 고르느냐 속도를 고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조건이 붙은 선택지라는 걸 받아들이는 쪽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포지션 같다.